이찬수 목사의 『감사』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 솔직히 제 마음 한편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감사하라”는 말은 어린 시절부터 교회에서 수도 없이 들어온 익숙한 권면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기면서, 그동안 제가 감사에 대해 얼마나 얕은 이해만 가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찬수 목사는 감사가 단지 기분 좋은 순간에만 생기는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매일의 선택과 훈련의 결과라고 강조합니다. 저 역시 지난 수년 동안 일상의 사소한 불평에 자주 휘둘리면서, 제 마음이 점점 더 굳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제게 준 가장 큰 도전은, 감사가 결국 삶의 태도를 바꾸는 “근력”과 같은 것이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감사』의 핵심 메시지를 간략히 짚고, 그보다 더 크게 다가온 제 개인적인 경험과 해석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훈련: 감사는 매일의 반복이다
책의 서문에서부터 이찬수 목사는 “감사는 결단만으로 되지 않는다. 습관이 되어야 한다”라고 단언합니다. 처음에는 이 말이 저에게 너무 엄격하게 들렸습니다. 감사조차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니 왠지 부담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곱씹어 볼수록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감사라는 단어를 마음속으로 수십 번 되뇌었지만, 실제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잠시 기분이 좋아졌다가, 금세 또 사소한 일에 짜증이 나고 다시 불평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책에서는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을 특히 강조합니다. 감사할 일이 떠오르지 않으면 “참기름 짜듯” 억지로라도 적으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도대체 무슨 감사할 거리가 있겠나 싶었는데, 작은 공책에 “따뜻한 아침 햇살이 방에 들어왔다”, “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다” 같은 것들을 적다 보면, 내 안에서 무심히 스쳐갔던 작은 기쁨들이 하나씩 다시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하루를 마치며 감사 제목을 찾아 적는 이 단순한 습관이, 놀랍게도 며칠 만에 제 마음을 부드럽게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저에게도 감사는 “삶의 방식”이 되어야 하는 과제처럼 느껴집니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의무적인 훈련이 아니라, 내 마음에 근력을 붙이고 다친 자존감을 회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다가옵니다. 이찬수 목사의 말처럼, 감사는 누구에게나 주어진 씨앗이지만, 훈련 없이는 결코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표현: 마음에만 두지 않고 전하는 용기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감사는 표현할 때 완성된다”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감사하다”는 생각만 마음속으로 하고, 그것을 말로 꺼내는 일에는 너무 인색했습니다. 부모님께도, 아내에게도, 회사 동료에게도 “고마워요”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는 것이 어쩐지 어색하고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서로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어도 전해지지 못했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희미해져 사라져 버렸습니다.
책에서는 ‘사례할 사(謝)’라는 한자의 어원을 설명합니다. ‘말씀 언(言)’과 ‘쏠 사(射)’로 이루어져 있어, 감사는 마음에만 담아 두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말로 쏘아 보내야 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한참 머물렀습니다. 사실 감사가 마음에만 머물면 그저 좋은 기분으로 끝나지만, 한 마디로 표현할 때 누군가의 삶에 기적 같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실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어서자마자 아내에게 “오늘 하루 함께해 줘서 고마워”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처음에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감사의 말은 상대방만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도 따뜻한 울림을 남긴다는 것을요. 이찬수 목사가 강조하는 “감사를 표현하는 습관”은 아직도 저에게 낯설고 어색하지만, 매일 연습해서 조금씩 더 자연스러운 언어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태도: 어려움 속에서 감사를 고르는 연습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광야에서 감사하라”는 제목의 장으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처음에 이 문장을 읽었을 때 솔직히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감사할 수 있나”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장 한 장 읽어가면서 제 생각이 조금씩 무너졌습니다. 감사가 반드시 상황이 좋아야만 가능한 것이라면, 이 세상에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이찬수 목사는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하는 태도를 선택하는 것”이 신앙인의 성숙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헬렌 켈러와 늘 불평하는 사람의 차이도 환경이 아니라 태도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그 구절을 읽으며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상황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왜 나만 이러지?” 하며 불평으로 하루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결국 감사는 환경에 지배당하지 않고 시선을 바꾸려는 훈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찬수 목사는 “내 심령 속에서 하나님이 베푸신 은혜를 볼 수 있는 눈이 열려야 감사할 수 있다”라고 말합니다. “눈이 열려야 감사가 보인다”는 표현이 참 마음에 남았습니다. 앞으로도 인생의 광야 같은 시기는 피할 수 없겠지만, 그럴 때마다 억지로라도 감사를 고르고, 작은 이유라도 찾아서 입술로 고백하는 연습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결론: 감사습관화 -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하기
이 책을 덮으며 제 마음에 가장 크게 남은 도전은 “감사를 삶의 방식으로 삼으라”는 말이었습니다. 감사는 거창하거나 특별한 순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일 없는 평범한 날들을 특별하게 만드는 힘이었습니다. 오십 년 동안 모태신앙인으로 살며 “감사하면 복이 온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실제로는 감사의 말을 입 밖에 꺼내는 연습이 참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하루를 감사로 시작하고 감사로 끝내는 루틴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감사할 세 가지를 떠올리고, 잠들기 전에는 작은 노트에 오늘 감사했던 일을 적어 내려가려 합니다. 혹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면 참기름 짜듯 억지로라도 찾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감사를 반드시 누군가에게 말로 표현하는 연습도 함께 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작은 것에도 크게 감사하는 이 단순한 실천이 언젠가 제 삶 전체를 바꾸는 씨앗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오늘부터 감사의 길을 걷기 시작하려 합니다. 한 걸음씩,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고. 그러다 언젠가 제 삶이 온전히 감사의 색으로 물드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