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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지선아 사랑해 - 자기 인정, 작은 일상의 기적, 사람들과의 관계

by 오십먹은 보통아빠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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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아 사랑해 관련 이미지
지선아 사랑해 (이지선 저) 관련 이미지

 

발달장애인 복지사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나는, 종종 생각에 잠기곤 한다. 내가 돌보는 이들을 바라보다 보면 문득 이렇게 느낄 때가 있다. 겉으로 보이지 않을 뿐,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누군가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관계 속에서 늘 방황한다. 겉으로 멀쩡해 보인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라는 것을 나는 매일의 일상에서 느낀다. 그런 나에게 오랜만에 다시 읽은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의 제목은 마치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말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

처음엔 그저 유명한 책이라 읽었었고, 지금은 블로그를 시작하며 리뷰를 하고 싶어 다시 꺼내어 읽긴 했지만, 책장을 덮고 난 후 내 마음 어딘가에서 깊은 울림이 계속되었다. 이지선 교수의 삶은 나와는 분명 다르다. 나는 죽음과 생사의 문턱을 넘나든 극한의 고통을 경험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말하는 상실감, 두려움, 그리고 조심스레 다시 시작하는 회복의 여정은 나 또한 느껴본 감정이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단순한 감동 에세이가 아니라, 내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작은 거울 같았다.

괜찮지 않은 나를 인정하는 일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메시지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항상 괜찮은 척하며 산다. 사회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멋진 사람처럼 그려지고, 약한 감정은 쉽게 노출하면 안 된다고 배운다. 그러나 내가 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 시설에서는 그 반대의 모습들이 가득하다. 그들은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기쁘면 웃고, 힘들면 울며, 솔직한 자신으로 존재한다. 나는 오히려 그들 덕분에 진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자주 돌아보게 된다.

이지선 교수의 삶도 그런 솔직함에서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화상 사고 이후, 그녀는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화려했던 외모, 젊은 나이의 미래, 그리고 평범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졌을 때, 그녀는 더 이상 괜찮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가까이 마주했다. ‘이 모습 그대로도 나는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그렇게 자신에게 말을 건넸다.

이 대목에서 나는 복지사로서의 내 모습도 되돌아보게 되었다. 때때로 나는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부끄러워한다. 일하면서 감정이 앞설 때도 있고, 도움을 주고 싶지만 한계에 부딪힐 때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말한다. 그런 나도 괜찮다고. 상처 난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오히려 그 인정이 진짜 회복의 시작이라고.

작은 일상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

이지선 교수는 책 속에서 병원에서의 작은 순간들을 아주 세밀하게 기록한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일, 혼자 밥을 먹는 일, 두 손으로 컵을 잡는 일.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 그녀에겐 다시 배워야 할 과제였다. 나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너무 쉽게 지나쳤던 것들에 대해 깊이 반성했다. 오늘 아침 내가 혼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출근길에 커피 한 잔을 들 수 있었던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곳에서 함께 지내는 발달장애인 친구들은 대부분 일상의 단순한 루틴 하나하나가 큰 도전이다. 단추 하나 채우기, 신발 끈 묶기, 식사 전 손 씻기. 나는 종종 그 일들을 보조하면서 무심히 생각했다. '왜 이렇게 느릴까?',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그들이 하고 있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지, 얼마나 많은 의지와 인내가 필요한 행동인지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이지선 교수는 작은 일상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그것은 단지 희망을 주는 문장이 아니라, 내 삶의 태도 자체를 바꾸게 하는 힘이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사소한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갖는 일.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짜 배워야 할 성장의 시작이라는 사실을 책은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녀를 회복시킨 힘이 ‘사람’이라는 점이다. 가족, 친구, 치료사, 그리고 그저 곁에 있어 준 이들. 아무도 대신해 줄 수 없지만,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복지사로서 나는 때때로 '내가 과연 도움이 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그냥 옆에 있는 존재,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되어주는 일.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임을 느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내 삶의 수많은 이름들을 떠올렸다. 실수를 해도 나를 꾸짖지 않고 기다려준 선배, 힘든 날 말없이 커피 한 잔을 건네준 동료,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고마워요"라고 말해주는 이용자들. 그런 사람들 덕분에 나도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이지선 교수의 회복이 그랬듯, 나 역시 그들의 다정함으로부터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회복된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이든, 나처럼 감정에 상처 입은 사람이든, 우리 모두는 서로의 거울이자 치유의 통로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그 단순한 진리를, 너무도 조용하고 정직하게 전하고 있었다.

결론: 나는 지금도 완벽하지 않다

책장을 덮는 순간, 눈물이 났다. 슬퍼서가 아니라, 감사해서. 내 삶에 아직도 사랑할 수 있는 하루가 있고,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책 한 권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지선아 사랑해』는 상처가 없는 사람보다, 상처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깊은 위로를 준다.

나는 지금도 완벽하지 않다. 지치기도 하고, 때때로 삶이 버거울 때도 있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조금 더 부드러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단지 내가 괜찮지 않을 때도 괜찮다고, 그렇게 말해줄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생겼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나는 왜 이렇게 부족할까'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느리게 가도 괜찮으며, 때론 멈춰도 괜찮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우리 모두에겐 있다는 걸, 이 책이 아주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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