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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 가면, 감정 연습, 상처와 함께

by 오십먹은 보통아빠 202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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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관련 이미지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김창옥 저) 관련 이미지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이 책은 상처를 “지워야 할 흠”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바라보도록 이끌어 주었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강함이라고 부르는 것이 사실은 감정을 덮어두는 회피에 가깝다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배운 ‘아무 일 아닌 척하기’가 오히려 마음의 병을 키워왔음을, 그리고 진짜 강함은 상처를 무시하지 않고 마주 보려는 용기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차분히 이야기합니다. 책 속의 많은 사례와 문장들이 곧 제 이야기를 듣는 듯 와닿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제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깊은 공감과 작은 변화에 대한 고백이기도 합니다.

‘강함’의 가면을 벗기까지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는 “강함은 무조건 버티는 것이 아니다”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부터 마음이 다쳐도 금세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른들이 말하던 “그 정도는 아무 일 아니야”라는 위로는 늘 똑같은 무게로 제 감정을 눌러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랫동안 ‘강함’이란 감정을 숨기고 버텨내는 것이라고만 믿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게 얼마나 위험한 오해였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상처를 덮어두는 대신, 그것을 바라보고 이름을 붙이는 연습을 제안합니다. 처음엔 그 말이 낯설었습니다. 상처를 자꾸 꺼내면 더 약해지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런데 문득, 오십이 넘은 저자가 여전히 상처에 아파하고 서운함을 느끼는 장면에서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습니다. 나만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의 마음엔 오래된 흉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이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이제 저는 ‘강한 척’이 아니라, 정직하게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진짜 강함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말은 점점 덜 쓰게 되었습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연습

이 책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감정에 이름 붙이기’에 관한 대목입니다. 몇 해 전 저도 비슷한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저 어린아이를 위한 교육처럼 여겼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감정은 저절로 알게 되는 게 아니라, 배워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크게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내 감정이 무엇인지 분명히 구분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화가 난 건지, 서운한 건지, 아니면 부끄러운 건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었습니다. 책에서는 감정을 숨기지 말고 “나는 지금 부끄럽다”, “나는 무시당했다고 느낀다”라고 천천히 중얼거리는 방법을 권합니다. 처음엔 그 행위 자체가 너무 어색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이렇게 감정을 배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니, 왠지 미숙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몇 번 해보니 신기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습니다. 감정을 구체적으로 부를 수 있으면, 그게 더 이상 막연한 공포나 분노가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요즘에도 자주 혼잣말로 제 기분을 불러봅니다. 이 작은 연습이야말로 제 삶에 가장 현실적인 변화였습니다. 감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중요한 과정이라는 걸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상처와 함께 사는 법

마지막으로, 이 책이 알려준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은 상처를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 태도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상처를 잊으려 애쓰며 살아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언젠가는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될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믿음은 결국 상처를 더 오래 붙잡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책에서는 상처를 적으로 여기지 않고, 거기서 배우려 노력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처음엔 솔직히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상처에 무언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그냥 빨리 끝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한 문장을 읽으며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상처가 있다는 건, 그만큼 애쓰며 살아왔다는 증거이다.” 이 말을 읽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그동안 상처를 부끄러움으로만 여겼는데, 이제는 그것이 내가 삶을 진지하게 대했다는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다치고도 “왜 이렇게 예민하지?” 하고 자책하기보다, “이 상처가 무엇을 알려주려 할까?” 하고 묻습니다. 물론 여전히 상처가 주는 고통은 크지만, 예전처럼 그것에만 갇혀 있진 않습니다. 어쩌면 상처를 완전히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를 존중하며 사는 법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 나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작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는 단순히 상처를 위로하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처를 인정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로 인해 조금 더 진짜 나로 살아가게 돕는 책입니다. 이 책 덕분에 저는 “강한 척”이 아닌 “솔직함”을 조금씩 선택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자주 흔들리고, 상처받고, 때론 숨기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책을 떠올리며 이렇게 다짐해 보려 합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조금 더 솔직할 수 있었어.” 상처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그리고 나를 더 이해하기 위해, 오늘도 작은 용기를 내어봅니다. 이것이 제가 이 책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태도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언젠가는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훨씬 단단해지는 길일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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