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단순히 물건을 버리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왜 우리가 복잡함에 매달리고, 불필요한 것들을 붙잡은 채 살아가는지 차분히 묻는 이야기였다. 사사키 후미오가 자신의 삶에서 물건을 덜 어내며 겪은 변화는, 독자로 하여금 단순함이 결핍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 책을 읽는 내내, 나도 모르게 내 방 한 구석을 떠올렸고, 마음 한편이 무겁고도 시원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단순히 인테리어나 청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 그 자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이 깊이 다가왔다. 그럼 책의 핵심 내용을 간단히 짚어보며, 그것이 내 일상과 생각에 어떤 파문을 일으켰는지를 솔직히 생각해보고자 한다.
소유: 소유가 만든 무게
책에서 사사키 후미오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담담히 고백한다. 처음엔 그저 ‘좀 많은 편이구나’ 정도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모든 소유물이 그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장면이 내게 유독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동안 ‘언젠가는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옷장과 서랍을 비우지 못했다. 그 물건들이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어떤 알 수 없는 무게도 늘 함께였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이 왜 늘 바쁘고 피로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소유는 단순한 보관이 아니라, 끊임없이 신경과 공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종의 책임이었다. 사사키가 말하는 미니멀리즘은 그 책임을 덜어내는 일에서 출발한다. 단순히 ‘비우면 기분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포기할지에 대한 의지를 시험하는 과정이었다. 이 책은 그 결정을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부드럽게 등 떠미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백: 공간의 여백이 주는 위로
책의 후반부에서 사사키는 물건을 줄인 뒤 자신의 집에 찾아온 ‘여백’을 묘사한다. 벽에 아무것도 걸려 있지 않은 방, 비어 있는 테이블, 텅 빈 선반. 그곳에 머무는 순간, 그는 마치 마음속까지 정리되는 듯한 평화를 느꼈다고 한다.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다가 문득 어린 시절 할머니 댁이 떠올랐다. 낡은 가구 몇 개와 작은 탁자, 그리고 필요한 것만 있던 단출한 공간이 이상하게 포근하고 편안했던 기억. 아마 그 공간의 여백이 주는 위로였을 것이다. 지금의 내 방은 물건으로 빽빽하고,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숨이 막히고 지치나 보다. 책을 읽고 나니, 단순히 미니멀 인테리어가 유행이어서가 아니라, 정말 여백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워낸 자리에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괴로워하고 있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여백은 공허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만나는 가장 솔직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선택: 덜어냄의 용기와 선택의 기준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는 ‘덜어냄’은 곧 ‘잃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삶의 우선순위를 되묻는 기회라고 말한다. 사사키는 단순히 물건을 줄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을 선택했다. 그것이 내겐 유난히 크게 다가왔다. 나는 늘 선택을 미루었다. 언젠가는 더 좋은 옷, 더 많은 책, 더 편리한 가전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며 ‘나중에’라는 변명을 했다. 하지만 사실 그것들은 지금도 내 방과 마음을 무겁게만 만들 뿐이다. 사사키가 하루에 한 가지를 줄여보라고 제안할 때, 처음엔 너무 단순해 보여 웃음이 났다. 그런데 한 가지를 줄이는 일조차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내 안에 얼마나 많은 불안과 욕심이 있었는지를 인정하게 됐다. 덜어낸다는 건 사실상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스스로 결정하는 일’이었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이 책을 읽고, 조금씩 선택의 기준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남의 시선이나 관습이 아니라, 나의 기준으로 말이다.
결론: 진짜 미니멀리즘을 꿈꾸며
책을 덮으면서 마치 큰 결심이라도 한 사람처럼 마음이 차분해졌다. 오래전부터 미니멀리즘에 대한 동경은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10년이 넘은 물건도 쉽게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바꿔보려고 한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가지라도 덜어낼 것이다. 꼭 물건이 아니어도 된다. 미루어둔 감정, 더 이상 유지하기 싫은 관계,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일정들. 그런 것들도 줄일 수 있다면,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할머니께서 “죽을 때 다 가져갈 수 있는 건 아니야”라고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결국 단순함이란 결핍이 아니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알아보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언젠가는 더 많이 버리고 더 많이 비우게 되겠지만, 지금은 작은 줄이기부터 시작한다. 그게 나에게 맞는 첫 번째 도전이자, 더 자유로운 삶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