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찬수 목사님의 주일설교에서 마이클 이스터의 『가짜 결핍(The Comfort Crisis)』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풍요로운 세상에 살면서도 왜 이렇게 허전하고 공허한지, 내 안에 어떤 결핍이 도사리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인생 50년을 살아오며 ‘이제 나도 알 만큼은 안다’며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여겼지만, 책을 읽는 내내 오히려 내가 얼마나 가짜 결핍에 속아 살고 있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이스터의 경험과 통찰은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신앙적 각성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 과정을 솔직히 고백해보고자 합니다.
결핍: 불편함이 주는 낯선 자유
책의 도입부에서 이스터는 알래스카의 혹독한 환경으로 들어갑니다. 불편과 추위, 고독 속에서 자신이 진짜 원하는 삶과 마주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특별한 체험담’으로만 느껴졌는데, 곧 그 이야기가 내 일상과 겹쳤습니다. 나는 편안함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빠른 인터넷, 간편한 음식, 그리고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착각.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그 편안함이야말로 내 영혼을 가장 깊이 마비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낯설게 다가왔습니다.
이찬수 목사님은 설교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편안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편안함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말씀이 귀에 박혔습니다. 사실 나는 늘 ‘바쁘다, 시간이 없다’고 불평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돌아보면, 바쁨이 아니라 과도한 자극과 산만함에 중독된 결과였습니다. 내 안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고, 그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자극을 탐닉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얻은 건 더 깊은 피로와 무력감뿐이었습니다.
각성: 진짜 결핍과 마주하기
이스터는 책에서 도파민 중독의 위험성을 강조합니다. 늘 손에 쥔 스마트폰, 끝없이 이어지는 넷플릭스 시리즈, 즉각적 만족을 주는 배달 음식들. 그는 이 모든 편리함이 우리의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결국 아무것도 만족스럽지 않게 만들어버린다고 말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나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나도 ‘이제 인생을 안다’고 자신했지만, 알고 보니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채 가짜 결핍에 이끌려 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오래전 읽었던 마태복음 4장의 광야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예수님조차도 광야에서 금식하며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셨습니다. 편안함이 없을 때, 비로소 인간은 진짜 결핍과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내가 허전함을 느끼는 건, 사실 뭔가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본질을 잃어버린 상태에 대한 신호였습니다.
책의 어느 한 구절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결핍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에 질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 문장을 읽고는 책을 잠시 덮고 기도했습니다. ‘주님, 제 영혼이 이렇게 둔해진 줄 몰랐습니다. 더 이상 외적인 자극이 아니라, 진짜 당신을 갈망하게 해 주세요.’
초대: 광야로 걸어가는 연습
이 책은 ‘불편함 훈련’을 제안합니다. 하루 30분 산책, 주 1회 디지털 금식, 혼자 있는 시간 갖기. 말은 쉬워 보여도, 실천하려 하니 내가 얼마나 자극에 중독되어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날 저녁, 용기를 내어 핸드폰을 집에 두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처음엔 허전해서 손이 허공을 더듬었습니다. 마치 중요한 뭔가를 두고 나온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10분쯤 지나자, 그 불안은 조금씩 옅어지고 대신 묘한 평온이 찾아왔습니다.
걸으면서 마음속에 기도가 흘러나왔습니다. “주님, 이 불편함을 통해서라도 당신과 다시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광야에 들어가는 건 더 이상 내게 낭만적인 상징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내가 반드시 선택해야 할 ‘연습’이었습니다. 익숙한 편안함에서 나와야만, 내 본질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자각이 마음을 찔렀습니다.
이찬수 목사님의 설교에서 “광야는 하나님이 우리를 기다리시는 자리”라는 말씀이 참 따뜻하게 들렸습니다. 편안함의 포로로 살던 나에게, 이스터의 책은 그렇게 ‘광야로의 초대장’이 되었습니다.
본질: 다시 본질로 돌아가기
『가짜 결핍』을 다 읽고 나서, 나는 부끄러움과 감사가 동시에 밀려왔습니다. 내가 진짜로 결핍했던 건, 더 많은 돈도, 더 많은 성취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나님과의 친밀함이었습니다. 그 자리를 외적인 자극으로 메꾸려 했기에 늘 공허했고, 허전했고, 자주 지쳤습니다.
스스로를 똑똑하고 단단하다고 여겼던 자부심은, 사실 허약한 착각이었습니다. 나도 이제 인생의 중턱에 왔고, 많은 것을 ‘아는 척’하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가짜 결핍은 내 삶의 구석구석을 파고들어, 내가 무언가를 다 이룬 듯 교만해질 때마다 본질에서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배운 건 이것입니다. 불편함을 일부러 선택할 때, 잃어버린 본질이 서서히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광야에 홀로 서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빈손의 나로서 하나님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내가 느끼던 허전함은 나약함이 아니라, ‘이제는 깨어나라’는 주님의 부드러운 경고였습니다.
결론: 편안함 내려놓기, 본질로 회복하기
『가짜 결핍』을 통해 저는 삶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도전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편안함을 조금씩 내려놓고, 본질로 돌아가는 연습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나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 결핍이 하나님을 더 갈망하는 이유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회복의 시작일 것입니다. 이제는 매일 30분 산책을 하며, 스마트폰 없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한 순간마다, 하나님께 솔직하게 고백하려 합니다. “주님, 제 안에 있는 이 가짜 결핍을 버리고, 오직 당신으로 채워지길 원합니다.”
그렇게 매일 작은 광야를 걸어가며, 다시 본질로 돌아가는 훈련을 이어가려 합니다. 지금 내 허전함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일지 모릅니다. 더 깊은 친밀함으로 이끄는 하나님의 초대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