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수 목사님의 『복음으로 산다』를 읽으면서, 나는 생각보다 신앙이 많이 ‘마모’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 주일이면 교회 가는 것은 몸이 먼저 움직이지만, 평일의 나는 사실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됐다. “복음이 뭐야?”라고 하면 즉각 대답은 할 수 있지만, “그 복음으로 살아?”라고 물으면… 답이 고민스럽다. 이 책은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불편한 위로’였다.
신앙이 있어도 삶이 흔들리면 결국 그 신앙은 공허하다. 『복음으로 산다』는 그러한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책은 감동만 주려는 게 아니었다. 삶 속에 어떻게 복음을 녹여낼 수 있을지, 선명하고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설교만 듣고 돌아서는 하루를 넘어, 주님 앞에 멈춰 서서 “이게 맞는 길인가?”를 자꾸 물어보게끔 한다. 덕분에 내 신앙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지 점검받는 시간이었다.
복음 – 개념 아닌 존재 기반, 숨 쉬는 공기처럼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설교 안 들은 날보다 들은 날이 많고, 성경암송도 여럿 외웠다. 수련회만 가도 은혜가 샘솟는 줄 알았다. 그런데 문득, 복음이 너무 익숙해져 버린 건 아닌가 싶었다. ‘대충 아는 말’로 넘어가고 있으니까.
책에서는 복음을 “존재의 중심이 바뀌는 사건”이라고 말한다. 가만히 곱씹어 보니, 내가 정말 복음 위에 삶을 세웠는지 의문이 들었다. 결정 앞에서 내가 기준이 되었던 적은 없었나. 대부분의 선택은 나의 생각대로 결정됐다. “주님, 제가 이 길 가도 되나요?”라고 물어본 적이 자주 있었나?
가장 마음에 남은 문장이 있다.
“복음은 하나님의 열심으로 이루어진다. 우리의 노력이나 감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말미암는다.”
이 한 줄이 내 마음을 멈췄다. 나는 그동안 ‘내가 뭐라도 해야 한다’라는 압박에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있었다. 그런데 복음은 ‘이미 주어진 은혜’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줬다.
이제는 복음을 머리만 아닌 가슴과 삶으로 들이마시려 한다. 공기처럼 모든 순간에 스며들어야,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실천 – 거창한 결심보다 하루 한 번의 묻기
말씀을 알고 싶으면 실천해야 한다는데, 이게 진짜 어려웠다. 복음대로 산다는 말은 멋지지만, 막상 내 일상으로 가져오려면 눈앞에서 수많은 장애물과 마주한다.
책은 ‘작은 순종’을 여러 번 강조한다. 거창한 헌신보다, 하루 한 번만이라도 묻는 태도 그대로.
“주님, 제가 지금 하려는 이게 주님 보시기에 괜찮을까요?”
내가 얼마나 이 질문을 했을까? 돌이켜보면, 너무 드물다. 대부분은 그냥 내 판단대로 움직였고, 기도는 그 뒤에 덧붙이는 확인 절차처럼 느껴졌다.
기도를 이렇게 정의했다.
“기도는 하나님의 뜻 앞에 내 고집을 내어놓는 자리.”
이 표현에 마음이 뼈아팠다. 나는 기도를 통해 응답을 얻으려고만 했지, 내 욕심부터 내려놓으려는 마음은 없었다.
또 한 문장이 깊게 다가왔다.
“믿음은 아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작동할 때 완성된다.”
맞다. 설교도 많이 들었고 책도 읽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내 분노를 잠재웠나? 욕심을 절제하게 했나? 그렇지 않다면, 여전히 ‘내 안의 종교’ 일뿐이다. 실천 없는 복음은 죽은 복음이다.
작은 순종, 거창하진 않아도 매일 의미 있다. 그것이 내 습관을 바꾸고, 내 중심을 다시 복음 위로 세운다.
현대인 – 바쁠수록 더 절실한 복음의 방향
요즘 현대인은 너무 바쁘다. 바쁘다 보니 조급하고, 조급하다 보니 흔들린다. 이런 속도 중심의 삶에서 복음이 중심이 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음으로 산다』는 말한다.
“복음이 존재를 바꾸면, 행동과 관계, 방향까지 달라진다.”
내가 이 문장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진짜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라는 사실을. 나는 나에게 바쁜 일상 때문에 멈춤을 미뤘지만, 사실은 멈추면 내 안의 아픔이나 불편함과 마주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오늘의 세상은 의미를, 방향을 더 갈망한다. 그리고 그 의미와 방향은 오직 복음에서만 찾을 수 있다. 말씀은 단순한 과거의 진리 말고, 내 삶을 살아가게 하는 오늘의 기준이다.
복음은 때로 불편하다. 손해보는 선택을 요구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손해가 결국 나를 가장 안전한 길로 인도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기에, 복음은 더 절박하고, 더 리얼해야 한다.
결론: “주님, 이길이 맞나요?”라는 질문부터 다시 시작하자
『복음으로 산다』는 나를 멈춰 세운 책이었다. 매일 분주하게 살아온 내게, 복음은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를 묻는다. 나는 이제 다시 그 질문을 배우려고 한다.
“주님, 지금 이 길이 맞나요?”
단 한 번의 질문이 삶을 바꿀 수 있다.
복음은 내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말씀 위에 매일을 세우고, 작은 순종으로 하루를 채우는 삶. 완벽하지 않아도, 묻는 삶. 그게 복음 위에 세워진 진짜 신앙이라 믿는다.
책을 덮으며 나도 다짐한다.
복음은 개념이 아니라 방향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방향 앞에 또다시 멈춰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