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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아주 작은 습관의 힘 - 작은 습관, 정체성 습관, 시스템 루틴

by 오십먹은 보통아빠 2025.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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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습관의 힘 관련 이미지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저) 관련 이미지

 

나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복지사로 일해 왔다. 이 일을 하며 ‘루틴’이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내가 돕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 - 버스가 늦게 오는 일,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보호자,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 - 이 하루 전체를 흔들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항상 루틴을 지키는 데 집중한다. 때로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환경을 바꾸고, 심지어 특정 상황을 ‘연출’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사람들의 삶을 돌보는 동안, 정작 내 삶의 루틴은 완전히 무너져 있었다. 일정한 식사 시간도 없고, 수면 시간도 들쑥날쑥했다. 휴식도, 성찰도, 나만의 성장을 위한 구조도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게 별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올해 쉰 살이 되기 전까지는. 숫자 ‘50’이 생각보다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제는 인생의 후반전에 들어섰다는 자각이 문득 가슴 깊이 박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의도’ 없이 살아온 전반전을 돌아보게 됐고, 그때 제임스 클리어의 「아주 작은 습관의 힘 (Atomic Habits)」이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남들에게 추천하려고 읽기 시작했지만, 돌이켜 보면 진짜로 필요했던 건 나 자신이었다.

작은 습관이 만든 깊은 질문들

제임스 클리어의 메시지는 단순하다. 어쩌면 너무 단순해서 의심이 들 정도다. 작은 습관이 중요하다. 그는 이 작은 습관들을 ‘원자(atomic)’라고 표현하는데, 단순히 작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폭발적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신호-갈망-반응-보상’의 고리를 설명하며 행동과 뇌의 메커니즘을 쉽게 풀어낸다.

나는 지금까지 수많은 자기 계발서를 읽었다. 대부분은 하루 이틀 동기부여를 주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 책은 달랐다.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좋은 방식으로. 이 책은 나에게 아침 5시에 일어나라고 외치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이렇게 묻는 듯했다.
“당신은 매일의 행동을 통해 어떤 사람이 되어가고 있나요?”
그 질문이 마음속 깊은 곳에 내려앉았다. 그동안 나는 무의식 속에서 살아왔던 것이다. 무작정 바쁘게 살면서도 정작 그 바쁨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내가 만든 루틴이 곧 나를 만든다.

그리고 그 루틴은… 지금까지 엉망이었다.

정체성 습관으로 돌아본 나와의 거리

나는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을 위해 구조와 일상을 세워왔다. 감정 폭발을 예방하고, 익숙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활동 사이의 전환도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배려했다. 그들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나는 나에게 그만큼 해준 적이 있었던가?
솔직히 말해, 거의 없었다.

그 사실이 화가 났다. 내가 돌보는 사람들에게는 온갖 배려와 구조를 설계하면서, 왜 나 자신에게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겼던 걸까? “나는 원래 꾸준하지 못해”, “나는 원래 루틴과 안 맞아”라는 말들을 마치 자기소개처럼 달고 살았지만, 어쩌면 그건 진실이 아니라 오랫동안 믿어버린 ‘내러티브’ 였는지도 모른다.

제임스 클리어는 ‘정체성 기반 습관’이라는 개념을 이야기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자아 인식을 바탕으로 습관을 설계하라는 것. 그 말이 깊이 박혔다. “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것. 그 작은 변화가 내 모든 행동의 무게를 바꾸기 시작했다.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나에겐 아주 큰 시작이었다.

시스템 루틴이 알려준 작은 저항의 힘

내가 몰랐던 것은 이 모든 변화가 감정적으로 얼마나 벅찰 수 있는가였다. 나는 내 일정을 완전히 바꾸지도 않았고, 엄청난 루틴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했다.
침대를 정돈하고, 물 한 잔을 머리맡에 올려놓고, 이를 닦기 전 2분 동안 스트레칭을 했다.

아주 소소하고, 누가 보면 웃을 법한 행동들. 그런데 나에게는 조용한 저항이었다.
그동안 ‘나는 중요하지 않아’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내 삶에 반복해서 보내왔던 나에게, 이 작은 루틴들은 “넌 소중해. 네 시간도 가치 있어”라는 새로운 신호였다.

또 하나 새로웠던 건, ‘의지력’ 없이도 습관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클리어는 ‘의지보다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 말에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나는 항상 ‘동기부여’가 생기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현실은, 밤 9시가 또 오고 또 오는데, 나는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시스템은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냥 작동할 뿐이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위로가 되었다.

결론: 50살에 다시 배운 변화의 힘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은 완벽한 계획을 주는 책이 아니다.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을 준다.
바로, 다시 시작해도 괜찮다는 허락. 그리고 아무리 늦었다고 느껴져도, 나 역시 변화할 수 있다는 존중.
50살이 된 지금, 나는 더 이상 극적인 인생 역전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작고 고요한 반복의 힘을 믿게 됐다.

이 책은 내게 알려줬다. 루틴은 통제가 아니다. 루틴은 사랑이다. 그것은 내가 수년간 다른 사람들에게 베풀어온 방식이고, 이제는 나 자신에게도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하루에 단 하나의 행동, 그것부터 시작한다. 나의 남은 인생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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