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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이상화, 불안, 자기 존중, 도전

by 오십먹은 보통아빠 202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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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관련 이미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알랭드 보통 저) 관련 이미지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감정을 자유롭게 다루는 일은 종종 커다란 두려움과 함께 찾아옵니다.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왜 사랑이 우리를 그토록 쉽게 상처 입히고 멈추게 만드는 지도 잘 알지 못합니다. 알랭 드 보통의 23년 만의 첫 장편 소설은, 픽션과 지식이 유쾌하게 결합된 독특하고 날카로운 관찰이 담긴 작품입니다. 책은 한 책벌레 커플이 어느 오후, 자동차 사고를 계기로 만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이후 런던 거리 곳곳을 배경으로 어색하고 당황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며, 강렬하지만 애틋한 로맨스가 전개됩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친밀함에서 두려움으로, 그리고 사랑에서 이별로 이어지는 관계의 여정을 그립니다. 그들은 끝에 이를 때까지, 마치 편지를 주고받듯 사랑의 기록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깊이 느낀 것은, 사랑을 이해하는 일이 곧 자기 자신을 다시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오늘은 이 책을 통해 되살아난, 제 연애에서의 시행착오와 그로부터 얻은 교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상화: 왜 사랑은 낯설면서도 익숙한가

사랑이 내게 찾아왔을 때, 나는 그것이 순수하고 정직한 감정이라 믿었습니다. 연애 초기에 우리가 상대를 바라보는 방식은—책에서 말하듯—우리의 욕망과 결핍이 만들어낸 판타지의 렌즈를 통해서입니다. 그 당시 나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상대에게서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을 찾으려 했고, 실제로 그 사람이 그런 이상형이 아니더라도 그렇다고 스스로를 설득하곤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화가 열정이라는 달콤한 포장지에 싸여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오히려 압박과 혼란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왜 이렇게 실망스러운 걸까?”,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걸까?”라고 자문하며 스스로를 책망했습니다. 그 죄책감은 단순한 자책을 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실패라기보다는 인간이 사랑을 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내 안에 뭔가 결함이 있어서 그렇게 극단적인 감정을 느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 나는 지난 연애들을 훨씬 더 부드럽고 따뜻한 시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불안: 검역의 시간 속에서 사랑과 마주하다

책은 말합니다.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 위에는 ‘끝’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고. 연애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관계가 끝나거나 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이 통찰은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일이 곧 상처받는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연애 경험이 적었던 시기에는 더더욱 그랬습니다. 관계에서 사소한 문제가 생기기만 해도 나는 그 ‘깨지기 쉬운 계란’이 되었고, 연애가 끝나면 나란 사람의 가치 자체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의 불안은 자존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문장을 읽었을 때, 처음으로 내 두려움이 단지 기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오래된 자기 인식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누군가의 존재로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한 시도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상대가 실망을 주거나 멀어지면 그 공허는 더 커지고, 불안은 더 깊어집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나는 그 불안을 바깥에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쉽게 무너질까?”라는 질문에 진심 어린 답을 찾아가면서,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내 두려움을 부끄러워하기보다는, 그 두려움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을 배워가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존중: 사랑에도 중심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강하게 붙잡고 간 메시지는 “자기 존중이 없는 사랑은 결국 지치는 게임으로 끝난다”는 말이었습니다. 첫 연애 당시 나는 늘 내 감정을 억누르며 상대를 우선시했습니다. 더 많이 주고, 더 많이 이해하려 노력할수록 더 좋은 연인이 될 거라고 믿었죠. 하지만 관계가 깊어질수록 나는 점점 공허해졌습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점점 잃어버렸고, 결국 상대의 기대에만 맞추려 애쓰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책에서 말하는 ‘자기 존중’은 체면을 지키거나 자존심을 세우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누구인지, 어떤 관계를 원하는지를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저자는 사랑은 두 개의 자아가 만나는 일이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상대를 건강하게 만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 문장을 읽으며, 나는 그동안 연애에서 벌어진 모든 갈등을 상대 탓으로만 돌렸던 내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연애는 우리 안의 미성숙함을 가장 강하게 드러내는 장이고, 때로는 그것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진짜 연결이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이제야 나는 그 의미를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 존중이 없는 사랑은 결국, 자신을 반복적으로 잃어가는 관계일 뿐이라는 사실이 제게 가장 강하게 남았습니다.

 

도전: 감정을 이해하고 돌보는 언어를 갖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나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랑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관계가 두려웠던 시절, 나는 늘 내가 불완전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누군가가 나타나 이 빈 공간을 채워주길 바랐고, 그런 기대는 결국 스스로를 다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감정을 이해하고, 그 속에 숨은 결핍과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사랑의 전제라는 것을.
이상화를 했다는 사실도, 불안을 느꼈다는 것도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감정의 흐름이었습니다. 이제는 연애 속에서 ‘완벽한 나’를 연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부족함을 드러내고, 그 진솔함 속에서 더 건강해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자기 존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점이었습니다. 나는 앞으로의 모든 관계에서 이 진리를 잊지 않고 기억하려 합니다. 그것은 타인을 위한 약속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다짐입니다.

결론: 흔들리지 않는 자아 세우기 - 관계 안에서도 나로 살기

이제 나는 사랑을 나의 공허함을 채우는 해답으로 보지 않습니다. 관계는 두 사람이 서로의 세계를 존중하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내 과거의 나를 더 명확하게 바라보게 해 주었습니다. 그 많은 실수와 아픔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그 시절의 나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더 애틋하게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가장 큰 싸움은 어떤 관계 속에서도 ‘나 자신’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사랑을 주되, 내 감정과 욕구를 결코 잊지 않는 것. 사랑이 나의 가치를 입증하는 무대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여정이 두렵지 않습니다. 사랑은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긴 여정이라는 것을, 이제야 나는 진심으로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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