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교회학교에서 삼손의 이야기를 우화처럼 수없이 들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는 그저 힘센 영웅의 이야기로 여겨졌지만, 나이가 오십을 넘긴 지금 이찬수 목사님의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 설교를 통해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모태신앙인으로서 늘 교회 안에 있었지만, 그 신앙이 때로는 습관이 되고 때로는 자만이 되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깨달았습니다. 이번 설교는 삼손이라는 인물이 실패로 점철된 인생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음을 새삼 일깨워주며, 저 역시 인생의 후반전에 접어든 지금 신앙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회개: 실패에서 배우는 신앙의 본질
삼손 이야기는 그저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좋은 성경 동화 정도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찬수 목사님의 설교에서 저는 삼손의 실패가 결코 실패로 끝나지 않았음을 처음으로 깊이 깨달았습니다. 어린 시절엔 “하나님이 주신 힘으로 블레셋을 무찔렀다”는 표면적 이야기만 기억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설교에서 목사님이 강조하신 것은 삼손이 평생을 어리석음으로 허비했음에도 마지막 순간에 하나님께 진심으로 부르짖었을 때, 하나님이 그를 여전히 사용하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네 인생은 헛되지 않아. 내가 원하는 일을 이루었어.” 이 말씀이 마치 제게 하시는 말씀 같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내적 교만에 빠져 신앙생활을 형식으로 치장했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실패가 두려워 진심으로 회개하지 못했고, 체면과 자존심이 방패가 되어 하나님 앞에서 솔직해지지 못했습니다.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해 달라는 삼손의 마지막 기도가 제 안의 묵은 회개를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실패의 수치심에 갇히지 말고, 그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을 찾는 것이야말로 참된 신앙의 본질이라는 사실이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은사: 하나님이 주신 능력을 다시 바라보다
삼손의 이야기를 통해, 제가 평생 당연하게 여겨온 은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찬수 목사님은 설교에서 삼손의 은사가 단순히 육체적 힘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특정한 시대에 부어주신 특별한 목적이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저는 모태신앙인으로서 교회와 신앙의 문화를 너무 자연스럽게 흡수하며 자랐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나님이 제게 주신 은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본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신앙 공동체 안에서도 제 역할을 그냥 주어진 몫으로만 여기고 그 이상의 사명을 깊이 묵상하지 못했습니다. 삼손이 힘을 잃고 눈이 뽑힌 후에야 자신의 사명을 깨달은 것처럼, 저 역시 중년의 문턱에서야 그동안 하나님이 제게 허락하신 은사와 기회를 얼마나 당연하게 소모하며 살았는지 부끄럽게 돌아보게 됩니다. 이찬수 목사님은 “지금이라도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다시 붙잡으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이 제 귀에 깊이 맴돌았습니다. 앞으로의 시간에는 제 은사가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라는 인식을 가지고 더 겸손하게, 더 진지하게 활용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간절함: 형식이 아니라 심장에서 올라오는 기도
신앙의 연륜이 쌓이면서 제 기도는 점점 더 형식에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건강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말이 반복되는 기도가 어느 순간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설교에서 삼손이 마지막으로 드린 기도가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였다는 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삼손은 그토록 많은 실패를 겪었음에도 마지막 순간에 단 한 번의 간절함으로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그것이 형식적이거나 꾸며진 기도가 아니었기에,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기꺼이 들으셨다고 목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도 정말 심장에서 올라오는 기도가 있었나 되돌아보았습니다. 절망이 몰려왔을 때, 가족과 미래를 위해서, 혹은 제 영혼을 위해서 눈물로 기도했던 기억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죄스럽게 무거워졌습니다. 앞으로의 신앙생활에서 가장 바꾸고 싶은 점은 이 “간절함”입니다. 더 이상 기도를 종교적 의무로 소비하지 않고,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로 회복하고 싶습니다. 삼손의 마지막 고백처럼, 내 인생의 어느 순간이라도 “이번만” 간절히 하나님을 붙잡는 기도를 드릴 용기를 다시 품고 싶습니다.
결론: 지금이 회복의 기회라는 믿음
이찬수 목사님의 설교를 통해 제가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하나님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도 회복의 기회를 주신다는 것입니다. 삼손의 실패가 하나님의 시선에서는 실패가 아니었듯이, 저 또한 지난날의 부끄러움과 무기력에 매달려 있을 이유가 없다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제 제게 남은 중요한 도전 과제는 “지금”을 회복의 기회로 삼는 것입니다. 오십이 넘은 중년이 되어서야 신앙의 본질로 돌아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늦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처럼 설렙니다. “이번만 나를 강하게 하사”라는 기도가 단지 삼손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 삶에도 동일하게 필요한 간구임을 인정합니다. 앞으로의 시간에는 제 은사를 더 진지하게 사용하고, 기도를 더 간절히 드리며, 실패에도 하나님이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작은 결단을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