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신앙으로 50년을 살았다. 어느새 내 신앙생활도 무던해지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찬수 목사님의 『지금 변하지 않으면 내일은 없다』를 읽으면서,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할 수 없다는 경고를 들은 듯했다. 사실 나는 변화가 두려웠다. 여전히 하나님을 믿지만, 내 일상은 반복적이고 안전한 습관에 갇혀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영혼의 목마름”을 일깨웠다. 하나님이 내 삶에 새로운 길을 준비하고 계신데, 나는 스스로를 박물관처럼 고정된 공간에 가두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이유도 같은 고민을 가진 중년 크리스천에게 작은 용기라도 전해보자는 소망 때문이다. 인생의 후반전은 전반전과 다르게 살고 싶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날 동안 나의 비전을 새롭게 정의하기로 결심했다.
영혼의 목마름과 거룩의 선을 그어야 할 시간
이찬수 목사님은 교회가 점점 생명력을 잃고 ‘박물관 교회’로 변해가는 것을 경고한다. 이 경고는 내 개인 신앙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지난 수십 년간 교회에서 봉사도 하고, 여러 직분도 맡았지만, 언제부턴가 말씀 묵상은 의무가 되었고 기도 시간은 습관이 되어 버렸다. 예배에 참석하고도 마음은 멀리 떠 있던 순간이 많았다. 특히 “영혼의 갈급함을 잃어버린 시대”라는 구절이 나를 붙잡았다. 그 문장을 읽고, 내 마음에도 분명히 영혼의 목마름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정하게 되었다. 사실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가족도 건강하니 더 바랄 것 없다고 자주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것은 표면적 평안일 뿐, 신앙의 본질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거룩의 선을 그어라’는 권면도 큰 울림이었다. 세상 가치관과 신앙 사이에 분명한 경계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 경계를 자주 허물며 살았다. 중년의 지금이야말로 다시 거룩의 선을 긋고, 영혼의 갈급함을 느끼며 하나님 앞에 정직해질 시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참 기쁨과 순종의 열매를 위한 결단
책의 여덟 가지 대안 중 ‘참 기쁨을 누리는 교회’와 ‘열매 맺는 교회’ 이야기는 나를 깊이 부끄럽게 했다. 오랫동안 나는 “신앙의 기쁨”을 주일 예배에서만 찾으려 했다. 예배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그 기쁨은 희미해졌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은 단발적인 감정이 아니라 일상의 순종과 열매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나는 여전히 인정받고 싶어 했고,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그 자부심에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열매보다 ‘남들이 보기 좋은 꽃’이 더 많았다. 이찬수 목사님이 “꽃보다 열매가 아름답다”라고 강조한 대목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진정한 기쁨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말씀에 사로잡혀 순종할 때 온다는 말이 얼마나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것인지 깨닫는다. 앞으로의 삶에서는 더 이상 스스로를 변명하지 않고, 작은 열매라도 꾸준히 맺는 신앙인이 되고 싶다. 그것이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나이는 숫자, 변화를 멈추지 않는 믿음
이제 내 나이는 50을 훌쩍 넘었다. 예전 같으면 “이만하면 충분히 헌신했다”라고 합리화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서, 하나님이 여전히 나를 통해 새로운 일을 이루시기를 원하신다는 믿음이 생겼다. “하나님은 큰길을 만들어가시는 분”이라는 문장은, 나이 때문에 스스로를 제한해 온 내 마음에 단단히 균열을 냈다. 주님이 이끄시는 길은 나의 계획과 다르고, 때로는 이해되지 않아도 반드시 선하다는 확신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나는 요즘 매일 아침 말씀을 읽고, 하루에 단 한 사람이라도 격려하려 애쓰고 있다. 변화는 화려한 사건으로 오지 않는다. 그저 “오늘 내가 어떻게 순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솔직히 대답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느낀다. 나이는 숫자일 뿐, 하나님의 비전을 이루는 데 아무런 제한이 되지 않는다는 이 단순한 진리가 오늘도 나를 다시 일으킨다. 그리고 이 사실이 중년의 나에게 가장 큰 위로이자 과제다.
결론: 일상의 작은 순종부터 다시 시작하기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결국 나에게 남은 질문은 하나였다. “오늘 나는 어떤 작은 순종을 선택할 것인가?” 하나님이 이미 나를 부르고 계셨는데, 그 부르심을 외면해 온 건 내 두려움이었다. 이제는 그 두려움을 핑계로 삼고 싶지 않다. 나의 후반전은 더 이상 과거의 연장선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작은 실천부터 결단하고 싶다. 예배를 드릴 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집중하기, 말씀을 내 방식으로 해석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맞게 받들기,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아침 하나님이 나를 어디로 이끄시는지 질문하는 습관을 들이고 싶다. 앞으로도 흔들리고 실패하겠지만, 그때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려 한다. 그분의 바람에 몸을 맡기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 인생 후반전의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