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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사피엔스』 –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는 새로운 눈

by 오십먹은 보통아빠 2025.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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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관련 이미지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저) 관련 이미지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떻게 지금의 문명을 이루었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단순하면서도 거대한 질문에 가장 도발적이고 날카롭게 답한 책이 바로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다. 고대 인류의 기원부터 21세기 정보혁명까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는지를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통합적으로 풀어낸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 책은 역사서이지만 단순한 연대기 나열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당연하게 믿고 있는 것들’—국가, 돈, 종교, 자본주의—을 ‘허구(fiction)’라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재조명한다. 읽는 내내 불편하지만, 그만큼 통찰과 각성이 깊게 남는다.

1. 인지혁명 – 상상을 통해 협력하게 된 유일한 종

하라리는 인간의 첫 번째 도약을 ‘인지혁명’이라 정의한다. 약 7만 년 전, 인간은 언어 능력을 통해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들—신화, 규칙, 법, 제도—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 수십 명 단위였던 협력의 범위는 수천 명, 수백만 명까지 확장되었다.

이 능력은 다른 동물에게 없는 고유한 기능이다. 우리는 허구의 존재를 믿고, 상상 속 질서를 받아들인다. 그 결과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는 약한 존재임에도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다.

하라리는 이를 ‘공동 허구’라 부른다. 법, 기업, 종교, 돈—all made up. 그러나 그것이 바로 문명을 만든 힘이다.

2. 농업혁명 – 풍요인가, 굴레인가?

다음 도약은 약 1만 년 전의 농업혁명이다. 우리는 이 시기를 인류의 발전으로 배우지만, 하라리는 오히려 “농업은 인류 최대의 사기”라고 말한다.

채집과 사냥을 하던 시절 인간은 더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했으며, 삶의 속도와 여유도 지금보다 컸다. 그러나 농업은 인간을 한 곳에 정착시켰고, 잉여 생산물은 계급과 착취, 전쟁, 질병의 근거가 되었다.

결국 우리는 곡물의 지배를 받는 삶으로 바뀌었다. 자유와 유연함을 포기하고, ‘소유’와 ‘효율’이라는 가치를 위해 자신을 몰아넣었다.

3. 돈과 종교 – 상상 위에 세워진 거대한 질서

우리가 믿는 대부분의 구조는 실체가 없다. 하라리는 돈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공동 허구라고 말한다. 금속 조각이나 종이 한 장에 사회 전체가 가치를 부여한다. 모두가 믿기 때문에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절대자, 계시, 도덕률은 물리적 실체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만들어낸 질서와 윤리는 인류의 협력과 사회 구조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었다.

하라리는 이처럼 종교와 돈, 법과 국가는 모두 상상력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우리는 그것들을 통해 협력하고, 통제받으며 살아간다. 이 허구들이 사라지면 문명도 무너진다.

4. 과학혁명 – 신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다

하라리는 과학혁명을 ‘무지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 혁명’이라고 말한다. 즉, 기존까지는 모든 지식을 종교나 전통에서 찾았지만, 과학혁명 이후 인간은 “나는 모른다”는 자세에서 시작해 실험, 분석, 검증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과학은 경제와 군사, 국가 시스템과 결합하며 엄청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그 발전은 ‘행복’과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술은 삶의 속도를 높이고, 불균형과 경쟁을 더욱 심화시켰다.

5. 사피엔스의 미래 – 호모 데우스(신인류)의 등장?

책의 후반부는 인류의 미래를 다룬다. 유전자 편집, 인공지능,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은 우리를 ‘인간’ 너머의 존재로 진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라리는 묻는다. “인간은 여전히 행복을 원하는가, 아니면 신이 되길 원하는가?”

우리는 편리함과 성장을 위해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기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어디를 향해 가는지 되묻게 되는 대목이다.

6. 신앙인의 시선 – 허구가 아닌 진리를 따르는 삶

책 전반에 걸쳐 하라리는 종교와 신앙도 ‘허구’의 일종으로 분류한다. 그러나 신앙인인 나에게 믿음은 인간이 만든 구조가 아니라 삶을 통합시키는 실제적 진리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믿는 가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더 본질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허구 위에 사는 시대, 진리에 뿌리를 내리는 삶이야말로 가장 자유롭고 견고한 삶이 아닐까.

7. 마무리하며 –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믿음

『사피엔스』는 세계관을 흔드는 책이다. 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 진짜 나의 믿음, 나의 가치, 나의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나는 이제 묻는다. 내가 속한 제도, 조직, 문화, 관계… 이 모든 것의 기반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허구를 믿고, 어떤 진리를 선택할 것인가?

그 질문은 결국 내가 사는 방식, 말하는 이유,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까지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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