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인생 2막 소프트랜딩』 – 퇴직 후 삶의 부드러운 착륙을 위한 설계도

우리는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다. 가정을 책임지고,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달렸고, 신앙 안에서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퇴직이라는 단어가 가깝게 느껴지고 앞으로의 삶이 불투명하게 다가오는 시점이 찾아온다.

『인생 2막 소프트랜딩』은 그런 중년의 시기를 사는 우리에게 “지금부터가 진짜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퇴직 설계서가 아니라, 중년 이후 삶의 방향과 태도를 고민하게 만드는 인생 후반전 매뉴얼이다.

1. 인생 2막, 하드랜딩이 아닌 소프트랜딩을 하라

저자 최경찬은 20년 넘게 대기업 인사담당자로 근무하며 수많은 중년들의 퇴직 전후를 목격해 왔다. 그는 말한다.

“퇴직은 끝이 아니라, 잘 준비하면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직을 ‘휴식’이나 ‘정지’로만 여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소프트랜딩**을 강조한다. 즉, 단절이 아니라 ‘부드럽게 이어지는 인생의 연속성’을 설계하라는 것이다.

소프트랜딩은 단순히 일자리를 다시 찾는다는 뜻이 아니다. 나만의 속도로, 나의 우선순위에 맞게 인생을 재정렬하는 것이다.

직장에서는 은퇴했지만, 인생에서는 은퇴할 수 없다. 직책은 내려놓았지만, 나의 정체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책에서는 “자기다움을 회복하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한다. 그동안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 충실했다면 이제는 **자기 본연의 삶**을 살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기적인 삶이 아니라, 진실한 삶에 가깝다.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 미뤄두었던 꿈, 잊고 있던 취미와 가치들에 집중하는 삶이다.

책 속의 사례처럼, 정년퇴직 후 소규모 사진 동호회를 운영하며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한 남성의 이야기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리 삶은 **‘수입이 끊긴 삶’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가 시작되는 삶’**이 되어야 한다.

책은 인생 2막을 위해 4가지 영역을 점검하라고 제안한다:

이 네 가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떤 계획도 실행하기 어렵고, 관계가 단절되면 삶의 즐거움도 줄어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퇴직 후 계획표’가 아니라 삶 전체를 다시 조율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통합 안내서다.

책을 읽는 내내 신앙적인 질문이 들었다. “나의 인생 2막은 하나님 앞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저자는 명확히 말하진 않지만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신을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시간, 정체성을 되찾는 여정이 바로 인생 2막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성경 속 인물 모세를 떠올렸다. 그는 80세에 비로소 부르심을 받고,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었다.

하나님은 노년을 무력함이 아닌 사명과 성숙의 시기로 사용하신다. 그렇기에 퇴직 이후의 시간은 ‘여유’가 아니라 ‘의미’를 향한 시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책을 덮고 나서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다. “퇴직하면 우리 뭘 하고 살까?”

그동안은 막연하게 ‘쉬고 싶다’는 말만 반복했지만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인 삶의 그림을 함께 그리기로 했다.

책은 ‘공동의 삶’을 다시 구성할 기회를 주었다. 인생 2막은 나 혼자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 설계도라는 걸 깨달았다.

『인생 2막 소프트랜딩』은 우리가 언젠가는 마주할 퇴직 이후의 삶을 막연한 공포가 아닌 준비할 수 있는 실체로 바꿔주는 책이다.

그저 버티는 인생이 아니라, 자기다움과 의미를 회복하며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착륙하는 인생.

그런 인생을 꿈꾼다면 지금 이 책을 펼쳐보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부터 당신의 인생 2막을 설계하기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