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관계 속에서 쉽게 지치고 상처받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존중하며 건강한 거리를 유지하는 법을 알려주는 심리 에세이입니다. 오십이 넘은 지금, 관계의 중심에 나를 세우는 용기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관계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나이가 들면 관계가 한결 단단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복잡해졌습니다. 회사에서는 선배와 후배 사이에 낀 채로 눈치를 보고, 집에서는 가족들의 기대와 내 역할 사이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릴 때가 많았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괜히 뒤처지는 것 같아 더 애쓰며 웃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왜 나는 늘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 할까?”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 마음속에 남았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서점에서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 순간, 제목이 마치 제 속마음을 단숨에 꿰뚫는 것 같아 멈춰 서게 됐습니다. 저자인 유은정 선생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관계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사람들의 심리적 원인을 아주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책을 펼치자마자 느꼈습니다. “이건 내 이야기구나.”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쌓인 인정 욕구, 버려질까 두려워 상대에게 지나치게 맞추는 습관이 어떻게 지금의 나를 만들었는지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관계에서 늘 무기력해지고 상처받았던 이유가 분명해졌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감정 패턴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위로가 되었습니다. “내가 잘못돼서가 아니라, 내 마음을 돌보는 법을 배우지 못해서 그랬구나.” 그 깨달음이 이 책을 더 깊이 읽게 한 이유였습니다.
나를 지키는 경계와 거리의 기술
책을 읽으며 가장 큰 울림을 준 부분은 ‘경계를 세우는 용기’였습니다. 유은정 선생님은 관계에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건강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저는 늘 상대방 기분을 맞춰주는 걸 배려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갈등이 싫어서,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제 감정을 꾹 눌러두곤 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결코 배려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상대를 우선시하면서 내 마음은 소외되고, 그러다 결국 관계에 대한 피로와 원망이 쌓인다는 점이 낯설면서도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저자는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진짜 친밀함도 만들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여러 연습을 따라 해보기로 했습니다. 매일 밤 ‘감정일기’를 쓰며 하루 동안 느낀 감정과 그 이유를 기록했습니다. 회사에서 상사가 던진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은 적이 많았습니다. 전에는 “별일 아닌데 내가 예민한가?” 하고 넘겼지만, 일기를 쓰면서 제 마음을 인정해주기로 했습니다. ‘그 말이 상처가 됐구나. 그것도 괜찮아.’ 이렇게 나를 다독이자 신기하게도 감정이 조금씩 정리됐습니다. 또 하나 연습한 것은 ‘거절 연습’이었습니다. 상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항상 부탁을 들어주던 제게, ‘아니요’를 말하는 일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의 조언처럼 작은 일부터 거절해보기로 했습니다. 주말마다 반복되던 모임에 이번에는 솔직하게 피곤하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엔 미안함이 컸지만, 오히려 상대가 담담하게 받아주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건 이기심이 아니라, 진심을 보여주는 방법이란 사실이 점점 이해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휘둘리지 않기로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제게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과제를 선물했습니다. 그것은 ‘나 자신과 친해지는 일’입니다. 저자는 “당신이 자신을 아끼지 않는다면, 어떤 관계에서도 진짜 편안함을 찾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오십이 넘어 다시 이런 책을 읽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좀 더 단단한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상대의 기분에만 맞추며 내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기로, 무조건 좋은 사람이 되려 애쓰지 않기로, 싫으면 솔직히 말하고 거절할 줄 아는 용기를 갖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를 지키는 것이 결국 관계를 지키는 길”이라는 문장이 계속 마음에 맴돕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작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더 이상 휘둘리고 후회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건강한 거리와 경계를 만들어가려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도 혹시 사람에게 맞추다 지쳐버린 분이 있다면,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를 꼭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분명히 나를 지키는 용기와 따뜻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제 삶에도 조금씩 변화가 시작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