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언어들』은 작사가 김이나가 오랜 시간 사람의 감정을 표현해 온 경험을 토대로, ‘말’이라는 도구를 통해 마음을 전하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50대가 된 지금,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상처가 되는 걸 여러 번 겪으며, 말의 힘에 대해 다시금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따뜻하고 조용하게 말의 본질을 되묻는 에세이입니다.
말이 곧 마음이라는 걸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했던 실수 중 하나가 있다면, 아마도 ‘말’이었을 겁니다. 나름 진심을 담았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종종 싸늘했고, 때론 그 침묵이 나를 더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말은 늘 쉽게 나왔습니다. 가족에게, 동료에게, 친구에게… 때론 무심하게, 때론 감정 섞인 상태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고, 나는 그 말들이 바람처럼 사라지길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오십이 넘고 나니 깨달았습니다. 말은 절대 바람이 아닙니다. 한번 입 밖에 나온 말은 마음에 오래 남아 굳어지고, 때로는 관계를 멀게 만드는 벽이 되더군요.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저에게 ‘말’에 대해 다시 배울 기회를 준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화려한 수사를 쓰지 않습니다. 작사가 김이나가 쓴 이 책은, 누구나 지나온 일상 속에서 느꼈을 말과 감정의 순간들을 솔직하게 꺼내 보여줍니다. 일상의 언어, 사소한 표현, 작은 어투 하나가 관계를 바꾸기도 하고, 오해를 낳기도 한다는 걸 이토록 섬세하게 짚어주는 글은 오랜만이었습니다. 특히 “말은 결국 그 사람의 마음을 가장 먼저 닮는다”는 문장에서 나는 큰 울림을 느꼈습니다. 내가 아들에게 했던 말, 아내에게 무심코 던졌던 말, 혹은 내 감정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꺼냈던 말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책을 읽으며 한 가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내가 좀 더 다정한 언어를 배웠다면, 그때 우리 사이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반성을 따뜻하게 받아주고, 그럼에도 지금부터 말의 태도를 바꾸면 된다고 다독여주는 책입니다. 말이란 결국, 나라는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상처가 되지 않는 말, 가까워지게 만드는 말의 기술
김이나 작가는 작사가라는 직업 특성상, 감정의 결을 표현하는 언어에 매우 민감한 사람입니다. 그녀가 써온 수많은 가사들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눈물 흘릴 수 있는 감정의 코드로 가득합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섬세한 시선은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특히 말의 뉘앙스에 관한 부분은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예를 들어, "너 왜 그래?"라는 말보다 "무슨 일이 있었어?"라는 말이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이야기합니다. 단어는 다섯 글자밖에 차이가 없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하늘과 땅 차이라는 걸 설명하면서, 저는 깊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작가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말의 본질은 표현이 아니라 연결이다." 저는 이 말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젊었을 땐 말이란 자기 입장을 밝히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내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고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그렇게 말한 뒤엔, 많은 대화가 벽에 부딪히듯 끝나버렸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말이 ‘표현’에만 머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연결되지 못한 말은 그저 공기 중에 흩어지고, 상대의 마음을 지나쳐버립니다. 『보통의 언어들』에서는 말에 앞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내가 왜 이 말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고 합니다. 저는 이 연습이 굉장히 유익했습니다. 아들에게 혼잣말처럼 "공부 좀 해"라고 말하려다가, 그 말을 왜 하고 싶은지 생각해 보니, 사실은 걱정 때문이더군요. 결국 저는 "혹시 요즘 힘든 거 있어?"라고 바꿔 말했고, 아이는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날의 대화를 통해 저는 말 한마디가 다정한 다리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책에는 일상의 말습관을 바꾸는 구체적인 팁들도 많습니다. 말을 하면서 숨을 한 번 쉬는 법, 부정적인 말을 긍정의 틀로 바꾸는 연습, 불필요한 말 대신 듣는 연습 등. 이 모든 건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말에 담긴 마음의 태도를 훈련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말로 상처 주지 않고 말로 연결되고 싶습니다
『보통의 언어들』을 덮고 나서, 아내와 오랜만에 진심을 담아 대화를 나눴습니다. 예전엔 말이 서툴렀습니다. 마음은 따뜻했지만 표현은 엉성했고, 상대의 반응이 내 기대와 다를 땐 괜히 감정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좋은 말은 달콤한 말이 아니라, 진심을 담고 상대를 배려하는 말입니다. 말을 바꾼다는 건,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50대가 되어보니 점점 말수가 줄어듭니다. 그런데 말이 없어진다는 건 관계도 멀어진다는 신호일 수 있더군요. 『보통의 언어들』은 말의 수를 늘리라는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말을 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라고 말해줍니다. 그리고 꼭 말해야 한다면, 상대를 향해 열린 자세로 다가가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말의 태도'를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설명하는 능력, 상처 주지 않고 다가가는 말버릇,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따뜻한 한마디의 가치까지. 우리는 매일 수많은 말을 합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람들과는 말이 줄어들고, 표현하지 않아도 알겠지 하는 오만이 쌓입니다. 이제부터는 저도 조금씩 바꿔보려 합니다. 사소한 말이라도 진심을 담고, 상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려 합니다.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변화의 시작이 되어준 고마운 책입니다. 혹시 여러분도 누군가와의 대화가 막혀 있다고 느끼신다면,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말은 결국 마음이고, 마음은 결국 관계를 움직이는 시작이니까요.